‘고마워요.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왜 짜증부터 날까

‘고마워요.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왜 짜증부터 날까

2022. 2. 10. 03:12잡담/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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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별 부모님이 나를 바라보는 시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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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사랑해요.’라는 말보다, 왜 짜증부터 날까
한 달에 한 번 혹은 많으면 두 번 정도 고향에 들린다. 엄마, 아빠를 뵙는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한 마디 하기가 참 어렵다. 대화를 한다.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어느 순간 잊어버린다. 어느 순간 화가 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씩씩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또 보게 된다. 부모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 가만히 계신다. TV를 보신다. 씩씩대던 나는 TV를 본다. 웃는다. 어느 순간 잊어버린다. 어느 순간 화가 언제 났었냐는 듯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부모님은 내가 웃으니 따라 웃으신다. 참, 별일 아닌 일이다. 부모님께 나란 놈이란, 참, 별일 아니다. 그냥 아들인 거지.

시간은 흐른다. 이른 시간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집을 나선다. 가만히 계시던 부모님 입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밥 먹고 가라는 말씀 한 마디, 순무 가져가라는 말씀 한 마디, 식혜 먹고 가라는 말씀 한 마디, 왜 이렇게 일찍 가냐는 말씀 한 마디, 자고 가라는 말씀 한 마디, 나는 집을 나선다. 아쉬움을 내비치는 부모님의 눈초리를 피한다. 나는 정말 집을 나선다. 눈물 많은 엄마는 눈물을 흘리신다. 아쉬움을 눈물로 보내신다. 나는 멈춰 선다. 나는 또 화를 낸다. 왜 우냐고 나무란다. 또 오는데 왜 우냐고 나무란다. 다 알면서도 나무란다. 어느 순간 알게 된다. 화를 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또 발견한다.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니, 울고 있지 않다.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 마음속에서만 울고 있는 듯하다. 나는 마지못해 소파에 앉아 버린다. 또 퉁명스럽게 알겠다고 한다. 화내듯이 말을 한다. 울음 그친 엄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밥을 차리기 시작한다. 나는 TV를 본다. 웃는다.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을 또 보게 된다. 진수성찬 차리고 오신 엄마는 나를 보고 웃는다. TV 아닌 나를 보고 웃으신다. 부모님께 나란 놈이란, 참, 그냥 아들인 거지.

밥을 먹는다. 저녁을 먹는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밥을 먹는다. 묵묵히 밥을 먹는다. 이것저것 먹으라고 또 입이 많아지신다. 자꾸만 더 먹으라고 하신다. 알면서도 한 마디 더 하신다. 그렇게 한 마디 한 마디를 더 하신다. 대화를 한다.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어느 순간 잊어버린다. 어느 순간 ‘고맙다’는 말씀을 하신다. 나는 참는다. 참, 별일 아닌 일이라는 듯 참는다. 나란 놈이란, 참, 변하지 않는다.

시간은 흐른다. 짧은 시간이 흐른다. 드디어 집을 나선다. 추운 바람이 불어도 기여코 같이 나선다. 한 순간 한 순간을 보기 위해, 한 마디 한 마디를 하기 위해, ‘고맙다, 사랑한다’는 마지막 말을 한다. 나는 또 참는다. 추우니까 빨리 들어가라고 땍땍거린다. 그렇게 나는 재촉한다. 그렇게 부모님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렇게 나는 집을 나선다. 또 온다고 말씀드린다. 가는 내내 지켜보신다. 어느 순간 잊어버린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엄마, 아빠만 생각하면 화가 나고 눈물부터 나온다. 엄마, 아빠만 보면 화가 나고 눈물부터 나온다. 그래서 여러 핑계를 찾는다. 외면하기 위해 애를 쓴다. 나도 모르게 애를 쓰고 있는 나를 본다. 습관에 젖어 들은 나를 알게 된다.

대화가 되지 않는다며 말을 하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수 만 번이고 대화하기 위해 나의 철벽을 두들긴다.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듣는 법을 잃어버린 나를 알게 된다. 변함없는 부모님을 알게 된다. 변해버린 손을 바라본다. 손을 만져본다. 손을 본다. 눈물이 난다. 뚝뚝 흐른다. 닫혀있는 나를 깨우기 위해 그 힘든 철벽을 쉼 없이 두들긴 손을 본다. 자꾸 흐른다. 한 번쯤 돌아보면 두들길 필요 없었을 철벽이다. 멈추지 않는다. 나는 왜 꽉 막혀있던 것일까. 얼마나 아프셨을까. 나는 참지 않는다.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다독인다. 별일 아닌 듯 다독인다. 나는 아들이다.  

닫혀있던 나의 마음이 일어난다. 이제야 깨어난다. 드디어 세상을 본다. 어미새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그 누가 공격해와도 막아낸다. 몸을 내준다. 계속 싸운다. 나를 지키기 위해 닫혀 있던 철벽을 지켜준 것은 내가 아닌 부모님이었다. 그 철벽은 열 수 있었지만, 일부러 열지 않으셨다. 나에 대한 배려였다.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하려는 가르침이었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야 알았다.

대화가 되지 않는 이유는 나에게 있었다. 자세히 들으려 하지 않고, 나의 말만 하려고 했었다. 무시하고 일방적인 말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는 사라져 갔다. 그렇게 대화 아닌 일방적인 변함없는 부모님 말뿐이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나를 두드렸다. 나를 깨우기 위해, 지키기 위해 기다리셨다.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셨다.

존경하는 부모님께, 고맙고, 사랑합니다. 사람은 존경하는 사람을 닮아간다고 합니다. 부모님과 살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부모님의 영향을 받고 자란 나머지, 그렇게 좋은 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 일찍 만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부모님과의 시간을 더 보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싸우고 하여도 그 모습은 변함없었고, 사소한 행복으로 웃는 나날도 변함없었기에 결혼을 결심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아빠처럼요. 저희도 많이 싸우고 있고, 또 많이 웃고 있습니다. 너무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만, 부모님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별일 아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항상 변함없이 손 꼭 잡고 행복을 찾아가겠습니다. 진짜 오글거려서 다음 말은 못 하겠어요. 이만.

잠이 안 와서 글을 쓰는 달상이 올림.

달상의 문화생활 끄적끄적 http://moonsang92.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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